

: 시각적으로 가장 먼저 인식되는 부분은 겉으로 드러나는 사물의 형태 –form–이다. 사물의 첫인상, 다른 무엇보다 가장 먼저 뇌리에 가닿는 부분, 그것이 form이며 그렇기에 중요하다. 1학기 입체조형 수업에서는 입체 조형의 개념을 정의하고, 조형요소와 조형원리를 배우며, 미적으로 아름다운 입체 조형물에 관해 탐구한다. 더 나아가 조형물 제작에 사용되는 도구–열선 절단기, 레이저 절단기 등–의 사용법을 익히며, 최종적으로 미적으로 우수하면서도 독창적인 입체 조형물을 제작한다.
유기물과 인공물 등 여러 입체물을 조사해, 입체 조형의 개념을 익히고 입체 조형의 방법 및 유형을 익힌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하학적인 입체물을 탐구하고, 나아가 아름다우면서 독창적인 기하학 입체물을 제작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나는 프로젝트에서 기하학 요소들-점, 선, 면, 도형, 나아가 공간이 반복되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고자 했다. 공간의 반복이라는 키워드는 ‘평행세계’, 구체적으로 양자역학의 모순과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하나의 가설인 ‘다세계 해석–many-worlds interpretation’–으로 확장되었다. 다세계 해석은 모든 사건의 모든 결과가 각자 다른 세계로 실존한다는 해석이며, 즉 가능성이 끊임없이 분화되며, 가능성이 각자의 세계로 실존함을 주장한다. ‘다세계 해석’, ‘가능성의 분화’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작업을 진행했으며, 분열되고 반복되는 형상을 표현하고자 무한 거울과 만화경–Kaleidoscopic–의 이미지를 활용했다.
: front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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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rspective view



perspective view :
: top view



top view :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한번쯤 들어봤으리라 생각된다.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상자 속 고양이는 죽은 상태와 살아있는 상태가 공존한다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양자역학의 해석 중 하나인 코펜하겐 해석에서는, 상자를 열어본 시점 - 즉 관측한 시점 - 에서 두 상태 중 하나가 붕괴되어 사라지고 하나의 우주만이 남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다세계 해석에서는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두개의 우주로 분리된다고 설명한다. 나는 이 해석의 진위여부를 떠나서, 너무나도 재밌는 해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어느 우주에서는 '이 교류전에 참가하지 않은 나' 도 존재할 것이다. 가능성의 분화 시점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공업디자인학과에 오지 않은 나도 존재할 것이다. 분명 '나'이지만 '나'가 아닌 것, 그 무수한 나가 제각기 다른 우주에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물리학을 깊게 알지 못하므로, 분명 내가 이해한 부분에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만약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틀린 부분을 발견하더라도 너그럽게 넘어가 주시길...
다세계 해석, 그리고 가능성의 분화... 이 두 키워드를 어떻게 조형물에 표현해 내느냐가 이 프로젝트의 관건이었다. 그리고 나는 '중심에서 부터 점차 확장되는 형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가능성이 분화되면 분화될 수록 '나'와 '나'는 달라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나'이므로, 닮은 부분 또한 있을 것이다. 이를 표현하고자, 같은 삼각뿔이지만, 멀어질수록 점점 커져 다름의 정도가 커지도록 만들었다.


조형물의 배치도 신경을 썼는데, 무한 거울에 조형물을 배치해 끊임없이 분화되고 확장되는 가능성들을 표현하려 했다.
하지만 웬만하면 무한 거울은 시도를 삼가야겠다. 렌더링을 돌리느라 그야말로 컴퓨터가 사망 직전에 이르렀기 때문...

다세계 해석, 그리고 가능성의 분화를 만화경으로 표현해보고자 한 시도의 흔적이다.
만화경과 다세계해석이 완전히 맞아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분화되는 이미지는 확실하게 표현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작업이다.

마지막으로,
무한에 가까이 분화된 가능성 중,
교류전을 통해 여러분과 만나는 가능성에 살게 되어 무척이나 영광이다.